JS연기아카데미 - 하이틴아카데미:독백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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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자 연극 독백 / 돐날 / 경주
작성일자
2019.05.22

(정숙의 자는 모습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손가락을 내밀어 정숙의 흐트러진 매무새를 만져준다.)자는구나...입관할 때, 엄마도 꼭 자는 것 같았어....화장을 곱게 하고, 이쁘더라... 임종도 못 지켜봤다. 하나 밖에 없는 자식인데... 장례식에 가보니, 아버지도 왔더라.(웃는다)외 삼촌이 애기해주기전까진 아버진 줄 몰랐어. 머리가 하얗더라... 세상에 눈이라도 온 것처럼 머리가 하얗더라고. 빌어먹을... 어렸을 때 자다가 깬 적이 있었어. 고함 소리 때문이었지. 깨어보니 엄마하고 아버지가 싸우고 있더라. 세상 끝까지 간 것 같았어. 직신직신 아버지는 엄마를 두들겨 패고, 다 끝내버리자, 다 죽어버리자... 누가식칼을 겨누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게 내가 아버지에 대해 기억하는 마지막모습이야. ...형광등불빛을 받아서 칼날이 번쩍했지(바닥에 뒹구는 칼을 눈앞에 들어본다)...넌 이러고 살지 말아라, 나처럼 살지 말아라. 다르게 살아라...그래, 얌마 알았어(치우던 음식을 흩으러 칼자루로 그림을 그린다)이런 마티스야, 엄마. 마티스가 누군지 알아?(음식을 온 바닥에 헤집는다)그래, 이게 좀 낳겠다. 엄마, 이게 좀 낫지?...아니야, 이건 베이컨이잖아. 이건 베이컨이 그려놓은 그림 같아.(손바닥으로 음식을 마구 흐트러뜨린다. 킬킬대고 웃는다)...이류야. 아무리 노력해도 그냥 이류야. 정숙아..., 그림 안 그려, 전시회? 한번하고 망했지... 평이 하나 났는데, 뭐라는 줄 알아. 독창성이 없댄다. 평범하다는거야... 삼년동안 초상화 말곤 통 안 그렸다. 못 그리겠더라... 기를 쓰고 노력해봤자 평범한거야. 아무리 아닌척해도, 작품은 거짓말 안하잖아... 길바닥에서 초상화 그리다가 간혹 여기 생각했다. 다들 잘 살고 있다. 황정숙이는 잘사나 박지호는 잘사나. 남들처럼 결혼하고 애 낳고 살아가는 네 인생은 행복하고 안전한다. ...그때, 지호씰 끝까지 유혹했어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