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악다물고) 김무령! 너 김무령 맞지? 질리도록 전화 해놓고 최고 악질 채무자 목소리도 몰라? 나 방극현이다. 모른다고 시치민 떼지 마! 기억 안 나? 전라북도 남원시 흥덕구 도통3동 124번지... 당신 술 먹고 내 등에 업혀서 한 백번쯤은 얘기했어. 왜 오긴! 당신 만나러 왔지. 못 올라가. 내 인생이 걸린 문젠데 이래라 저래라 하지마! 경찰서에서 처음 만날 때 생각 안 나! 내가 이쪽으로 갈려면 이쪽 막고 저쪽으로 갈려면 저쪽 막고! 막았어, 왜!! 김무령!!! 그래! 니 말대로 총을 쏠 수도 있었어! 근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니가 인질로 잡혔는데 내가 어떻게 총을 쏴! 실수라도 하면, 실수라도 하는 날엔...평생을 후회하면서 살 텐데! 나한테 그런 용기는 없다. 어떻게든 널 살릴 생각밖에는 없었어. 근데 방법이 틀렸던 거야. 난 정말 몰랐어. 인질범 설득시키려고 한 말이 너한테 상처가 되는 줄 몰랐어. 정말 몰랐어! 그때 그 순간만큼은 난 그게 널 살리는 길인 줄 알았단 말이야! 내가 원래 여자를 몰라! 연애 한번 제대로 못 해본 놈이 그런 걸 어떻게 알겠어! 우리 만나서 얘기하자. 꼭 할 말이 있어서 그래! 이 말 못 하면 평생 속이 부글거려서 죽지도 못할 거 같애서 그래! 일단 만나자. 만나서 얘기하나지까.